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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폭군의 보좌관 겸 기사단장은 바쁩니다.>-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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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Eclipse 작성일21-10-10 17:08
조회 16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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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1장, 그만두고 싶습니다.





***



"황제폐하께서 입장하십니다!"


"... ..."

 

그녀는 어느새 상석에서 떨어져 와인을 홀짝거렸다.
역시나 고귀한 황제 폐하 답게 멋들어진 제복과 망토를 입고 있었으며, 평소에는 칭얼거리는 어린 애였던 상관이 비교적 성숙한 모습으로 나타난 건에 대해 딱히 유감을 표할 거린 없었다.



잠시 동안의 정적을 한 목소리가 깨었다. 지금 등장한 사람의 것이었다.

 

"됐다. 즐기거라."
그 한마디에 비교적 무도회장의 분위기가 풀리기 시작했다. 재미있네.



"그래서..."


"그쵸! ...."


"안녕하세요..."


무도회장의 사람들은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메이세르스는 이제 달달한 마카롱을 그녀의 입속으로 가득 집어넣고 있었다.


그녀는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역시 무도회는 귀족들의 복잡한 화법으로 한껏 뒤엉켜있었다.


몆몆 아는 얼굴이 보였다. 



자신의 탄신일 연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제일 눈에 띄는 황제라던가.

 

귀여운 얼굴의 황녀도 여전히 부담스럽게 보석을 걸치고 있었다. 
"에헤헤헤. 슈리 예쁘지? 빠빠가 골라준거양!"


 

황족의 피를 타고나 그럭저럭 예쁘니 황녀님 귀여워! 라며 모여들었다.
보는 사람마저 입을 벌리게 만드는 미모가 맞았지만, 매일같이 수많은 미남과 미녀. 그리고 아름다운 자신을 봤을 땐 눈이 높아져 있다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어있다. 
그리고, 괜히 그녀가 싫기도 했고.
"어머, 세상에. 이 원단은...."
"맞아요!"
"그 고급진 원단과 유행인..."
"왕국산 프릴이 달려있죠."
메이세르스는 황녀를 살피는 것을 그만 두고,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들을 일일이 훑어보았다.


 

그 중에는 재상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웃는 것이 봐줄만 했다.
재상은 멋들어진 수트를 입고 있었는데, 확실히 연회라 그런지 아름다운 착장이었다. 그는 신흥 귀족이었기에 미처 이전 파티에선 보지 못했다.




"메이세르스. 오랜만이네요."


그가 메이세르스를 반기는 모습이 어릴적 키우던 강아지와 비슷해 순간 쓰다듬어줄 뻔 했다. 그녕 약점은 귀여운 것들이었다.


"네. 크라바트 재상님."

 

"에이, 그런 호칭 말고요."
우리사이에. 재상이 말을 덧붙였다.
우리 사이가 뭔데? 같은 미친 상관을 둔 하찮은 부하들? 반역모의를 같이하자 할 심산인가.


"네. 아르센디 상단주님."


그녀는 황제의 최근 대화와 비슷한 형식을 띄었지만 좀더 평민에게 자비로운 재상 앞에서 가벼운 농을 던졌다. 


사실 연하여서 좀 더 편하게 대한 것이었다.



"칫. 아쉽네요."


재상이 입을 비죽 내밀었다. 분홍색 머리칼이 퍽 사랑스러워보이겠다며 메이세르스는 생각을 했다.


갑자기 재상이 하나도 귀엽지가 않았다.

메이세르스가 말했다.


"그렇게 말해도 안귀엽습니다. 재상님. 만약 다른 영애라면 기꺼이 받을테니 저리 가시죠."
메이세르스가 후후 웃었다. 그다지 곱게 보이는 목소리가 아니었지만 그녀의 외모는 기억의 미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그가 여동생이 있었다면 그녀를 아껴줬을 것 같다는 실없는 생각이나 하고 있다.
오, 그것도 나름 좋은 생각이네.
점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생각을 떨쳐내고는 그녀는 재상을 응시했다.


"싫은..."


재상이 무어라 말할 때였다.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그를 막았다.

 

"황제폐하께서 호출하십니다."
"무슨 일이죠?"
"다른 말씀은 없으셨습니다."



재상은 그녀를 애처롭게 바라보았지만 이 나라 최강자가 오라는데 어떡하겠어. 가라면 가는거지. 너도 상관이 같이 불렀으면 죄수마냥 질질 끌려갔을 걸?


"재상님, 실례하겠습니다."

 

그녀가 긴 장발을 쓸어넘긴 후 알았다 말했다.
메이세르스는 발걸음을 떼었다. 



굽 낮은 구두 소리가 뚜벅 들리며 메이세르스가 생각했다.

 

'왜 부르는 거지?'
그녀를 훑어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대부분은 어린 영애와 야욕 넘치는 귀족들, 간간히 훔쳐보는 시종들까지.


 

그녀는 이윽고 상석 옆의 커튼을 걷어 방으로 들어갔다. 참 볼때마다 아늑하면서도 부담스럽다.
흠. 여전히 복잡하군.



황제는 화려한 의자에 앉아서 서류를 보고 있었다. 슬쩍 내려다보니 예의상 있는 빈 종이였다.


"... ..."

 

좀 웃겼다. 그래서 비웃음을 내비치기 전에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손으로 가렸다. 그녀의 상관은 농담을 재미없게 하는 재주가 있었는데, 이런 부분에서는 또 웃겼다.
누가봐도 있어보이는 척 하는 종이들로 자신이 조금 더 굴복할 것이라 생각하는 황제가 우스웠다.
그녀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큼큼.
"무슨 용건으로 부르신 겁니까?"
그는 그녀의 무표정을 선호했다. 다른 비서들은 죄 생글생글 웃기만 한다고, 지겹다 말했다. 그러나 정색할 순 없는 노릇. 메이세르스는 최대한 진중해보이고 눈을 또렷하게 시선을 맞췄다.




"알아서 잘 할 줄 알았더니만."


그가 서류, 아니 종이를 내팽겨쳤다.


"내 소중한 딸을 모욕한다라..."


아, 슈리아네트가 황제에게 '조남'을 말했구나.


정말 별로였다. 요즘 떠도는 소설이었다면 큰 위압감이라 말할 타이밍이었지만 누가봐도 전 황비와 닮은 그녀를 위안삼아 보려는 대책이었을 뿐이다.


황녀는 신분으로 찍어누르기를 택했나보다. 좀 더 계략이 있어야 긴장감이라도 돌지. 가뜩이나 일만 많은 상황에 따분함과 귀찮음만 추가되었다.


'무슨 생각인지.'


황제가 말했다.

 

"넌 지금부터 3일간 근신처분이다."
오, 새로운 방식이네. 황제는 갱생의 여지는 커녕, 폭정이나 일삼고 있었다.
물론 황족모욕죄로 잡혀갈 것 같은 상황이었으나, 진짜로 그랬다면 억울하기라도 하지. 괜히 근신 처분만 받아 뒷배가 있다는 의혹만 가중될 것 같았다.



"잠시만요, 이럴수는 없습...! 크윽."

 

그녀는 건장한 두 남자에게 끌려나갔다. 험악한 목소리로 한 기사가 말했다.
"한스 경? 이렇게까지 거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기사단까지 비밀기사단의 존재를 알고있진 않다. 그저 황제와 최측근만 알고 있는 사실일 뿐.
물론 비밀 기사단이라 말하는 게 조금 오글거릴 수 있다. 정식명칭이 '태양 뒤 그림자' 라는 입에 담지 못할만큼의 단어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메이세르스가 황녀를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상대방 앞에서만 혀짧은 말투를 내는 그것이었다. 뭐, 좋아보일 수 없어 그런거겠지만. 나 아무튼 치졸한 사람이야. 유치해.
잠시 상념에 빠져있었다. 정신을 다잡으니 괜히 몸에 힘이 들어갔다.  
"조용히 해라. 만..."
'왜 이리 힘이 강해!'
'소,손에 감각이 없어. 매튜..."
그들은 눈빛으로 대화했다.



양 팔목을 꽉 붙잡혔으나 사내들은 메이세르스의 탄탄한 근육에 철근을 세게 쥐는 것 같아 탈출시키는 것을 막기를 포기했다.



***
 

방문이 철컥 잠겼다.
그녀는 옷을 갈아 입고는 물에 얼음을 동동 띠워 본격적으로 이 일을 즐길 준비를 시작했다.

"아, 편하다."


그녀는 푹신푹신한 침대에 누웠다.


"그래그래. 이게 내가 직접 공수한 원단이지."



국고를 횡령하려는 기책만 있어도 모두 잡아들이는 평소와 달리 불면증에 처한 그녀는 황궁 내 간부에게 은밀한 베개 뇌물로 인해 그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


그냥 그 간부의 부정부패에 관한 증거를 못찾아서 그런 게 아니다. 절대로.


사실 그녀를 흠모하던 사람이 순수하게 베개 선물을 한 것이었으나, 이상한 곳에서 눈치가 없는 그녀였다.


'오늘은 잠이나 자다가 검이나 다뤄볼까. 요즘 들어 너무 막노동만 했네."

 

메이세르스는 하품을 크게 한 번 했다.
여전히 검에 진심이었다. 그녀는 소드마스터가 되었음에도 일만을 위해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 근질근질하던 참이었다.




그렇다. 그녀는 근신 생활이 매우 기뻤다.


지난번에 기쁜 내색을 드러냈다가 황제가 일을 추가하는 조치로 취소해버렸기 때문에 휴식이 간절해지고 있었다.



"잠이나 자야지."


....매우 평화로운 날이었다.



***

<작품후기>



다음주 부턴 정기연재 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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